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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함안예총
작성일 2009-10-12 (월)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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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라지와 싸가지 - 이상규

 


꼬라지와 싸가지 - 이상규



   꼬라지와 싸가지는 둘 다 비속어다. 어떨 때는 비속어가 오히려 표준어보다 정황을 더 실감나게 표현할 때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적인 장소나 편한 친구들끼리는 막말이나 은근히 비속어를 즐기며 넥타이를 풀었을 때와 같은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공개적인 장소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언젠가 어느 인사가 ‘싸가지가 없다’란 말을 내뱉은 이후 한동안 입방아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다. 공인이 때와 장소를 구별하지 못하고 여과 없이 비속어를 쓰는 것은 이를 바라보는 선량한 대중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공감 때문이다. 에두르지 않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의사 전달은 잘 되었을지 모르나 그로 인하여 ! 戮 품위도 싸가지 수준의 꼬라지가 되지는 않았는지 염려가 된다.

   꼬라지의 원형은 ‘꼴’이며 사전적 풀이는 사물의 생김새나 됨됨이를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꼬락서니는 꼴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고 꼬라지는 꼬락서니의 방언으로, 사람으로서 제대로 된 품격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람꼴’이라고 할 때, 그 사람이 처한 어떤 곤란한 처지나 좋지 못한 형편에 놓인 상태를 말한다. 닮은꼴처럼 사물의 형태나 모양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꼴 좋다.’ 처럼 비아냥하거나 낮잡아 이르는 경우로 대부분 점잖게 쓰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꼴이란 말은 사물에 쓸 때는 적당한 쓰임새가 되겠으나 사람에게는 값을 제대로 쳐 주지 못하고 꼴값으로 격하시키는 표현이다.

   싸가지의 본딧말은 ‘싹수’다. 어떤 일이나 사람이 앞으로 잘 트일 만한 징조나 잘 될 것 같은 낌새의 좋은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싹수가 싹수머리로 쓰일 때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비속어가 된다. 싹수머리는 싹수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며 싸가지는 싹수의 방언이다. 따라서 ‘싸가지가 없다’라는 말은 기본을 갖추지 못해 개선될 가망이 없는 마음보의 모양새를 말하며 흔히 잘 쓰는 ‘싹수가 노랗다’는 말 역시 잘될 가능성이나 희망이 애초부터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사람의 품성을 속되게 표현할 때 꼬라지는 외양을, 싸가지는 내면을 말하며 꼬라지와 싸가지는 서로 말궁합이 딱 들어맞는 말이다.

   ‘의관(衣冠))을 정재(整齊)하다’라는 말이 있다. 의관을 바로잡아 가지런히 한다는 뜻으로 양복이나 두루마기를 입고 중절모나 갓을 쓰게 되면 그 차림새만으로도 품위가 있고 걸음걸이나 말하는 모양새도 점잖아지고 권위가 풍긴다. 이런 차림으로는 행동거지나 쓰는 말의 품새 또한 가벼워지지 않도록 스스로 삼간다. 차림새 때문에도 언행을 함부로 하거나 가볍게 할 수 없으며 되잖은 행동을 할 때는 그야말로 꼴같잖은 꼬라지가 되고 마는 것이다. 꼬라지나 싸가지는 둘 다 글자 모양도 그렇거니와 음색도 결코 부드럽지 못하다. 말할 때 얼굴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은 물론이고 입모양도 욕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옛사람들은 흔히 수염을 길렀고 요즘도 개성 있는 사람들은 더러 수염을 기른다. 대개 수염은 그 사람의 인격과 내면의 품성을 나타낸다. 역대 군왕 중 가장 존경 받는 세종대왕은 참으로 어진 성군답게 길렀고 뺑덕어멈을 뒤에서 꼬드기던 꾀쇠아비의 수염은 누가 아니랄까봐 꼭 저를 닮았다. 장비의 수염은 용맹이 앞서는 불같은 성격을 나타내고 관운장의 수염은 사려 깊은 도인의 풍모를 보여 준다. 시위 현장 마다 꼭 나서는 어떤 이의 수염은 어찌 그리 저답게 길렀을까. 그 수염에 걸맞게 내뱉는 말 또한 얼마나 살벌한가. 나 외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타협을 거부하는 싸가지가 수염 끝에 매달려 있는 것 같다. 꼬라지를 만드는 데는 수염도 한 몫 톡톡히 하는 것 같다.

   싸가지 없는 꼬라지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뉴스화면에 펼쳐지는 풍경들, 전파를 타고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갈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연출하는 꼬락서니를 보고 애초부터 자리를 잘못 맡겼다고 가슴을 치는 이가 한 둘이 아니다. 이름 없는 국민들이 열심히 일한 결과로 2002년에 이루었던 세계 11위의 경제성과가 올해 15위로 내려앉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꼴값도 못하는 꼬라지들이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벌이는 추태로 인해 나라꼴을 추락시킨 그 싸가지 때문이란 것을. (함안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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